
영화 <말레나>에서 가져온 짤,
출처 텀블러
아름다움은 권력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축복이기만 할까?
어느 밸리로 보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밸리는 무서워서(..)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패뷰밸로 보내본다
벨, 눈부신 그녀를 위해 있는 말. 새처럼 날개짓하는 그녀를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볼 때면 난 마치 지옥을 걷고 있는 기분
그 치맛자락에 붙들린 내 눈길 이런 내 기도에 의미가 있을까
그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 이 땅에 살아갈 가치도 없는 자
오 루시퍼, 오 단 한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에스메랄다
벨, 너를 사로잡고 있는 악마가 신을 향한 내 눈을 가리는가
너로 인해 눈을 뜬 욕망에 갇혀 저 하늘을 더 바라 볼 수 없도록
원죄의 숙명을 안고 사는 그녀 그녀를 향한 욕망은 죄악인가
이 천하고 더러운 한 여자의 등에 인류의 십자가가 놓여있는 듯
오 노트르담 오 단 한번만 그녀를 나의 것이 되게 해주오 에스메랄다
벨, 검은 너의 두 눈 유혹의 눈빛 그 누구도 거부할 수는 없지
무지개처럼 치마를 휘날리며 춤추는 넌 내게 마법을 걸지
사랑이여 제발 날 용서해주오 신성한 결혼의 언약을 저버린
그 누가 네게서 눈을 뗄 수 있을까 그대로 굳어서 돌이 된다 해도
오 플뢰르 드 리스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원하는 사랑은 에스메랄다
***
위는 번안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아름답다 가사이다.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남자들의 사랑/욕망의 대상이 되고
질투에 눈먼 프롤로(부주교)는 에스메랄다가 사랑한 남자를 죽인다
에스메랄다는 그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고문을 당하고
콰지모도(꼽추)가 에스메랄다를 구하려고 하지만 결국 에스메랄다는 죽임을 당함
저 가사를 잘 보시길.....
정말 좋아하는 곡이고 번안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사의 내용을 곱씹어보면 너무 폭력적이다
***
사실 아름다와서 불행해지는 이야기는 예로부터 구전되어왔다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만 봐도
선녀는 목욕을 했을뿐인데 ㅠㅠ 나무꾼이 그걸 관음하고 꽂혀서
옷을 감춰 선녀를 못가게 막고 애까지 셋이나 낳게 하고..
결국 선녀가 옷을 찾아서 떠나가는 다행스러운 엔딩이긴 했으나 참 경악스러운 얘기고
꽃 이야기 중에서도 이런게 있는데
튤립 이야기는 가령, 예쁜 처녀에게 세 남자가 동시에 청혼을 하면서
저마다 가진것을 어필하는데 그게 왕관, 칼, 황금이었다
이 처녀는 셋의 마음을 모두 거절했는데 셋은 욕을 하며 돌아갔고(아나 ㅋㅋㅋㅋㅋ)
기가 막힌 처녀가 꽃이 되었다는 -_- 이야기였고
장미꽃 이야기 중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왔던 한 여자가 마을 양아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는데 거기서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스신화에도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님프 쉬링크스가
남자에게 관심도 없는데 오직 아름답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쫓겨다니다가 갈대가 되어버리기도 함
***
이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아름다움이 무조건 축복이고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네이버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 중의 한 장면이다
이 만화는 그림을 그리는 여자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의 경험담을 그리게 되는 이야기인데
무거운 주제다. 그 여성이 자신이 성폭행당한걸 만화로 그려달라고 하니까.
그림속에서 말풍선만 나오는 피해자는 발레를 하는 소녀였다
그녀가 성폭행을 당한 이유를 ''예뻐서''라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얼굴을 덜 예쁘게 만든다
이건 비단 그녀만의 이야기일까?
나는 이 만화를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다
발레 몸매를 가진 그녀를, 그리고 그녀와 내가 나눴던 비밀을
어느날 나는 울면서 나의 '지민씨'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다
예쁜게 싫고 증오스럽지 않았었냐고
다행히 그녀는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극복했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본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희미하다만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것에는
(아마도)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것을 촬영당해 협박을 받으며
강요받은 원조교제를 해서 돈을 상납하는 여자아이(아오이유우)가 나오는데
그 아이도 이런 말을 한다. "뚱뚱해지면 안해도 될까?"
물론 어리고 예쁜 여자만이 성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네가 예쁜 탓''으로 돌리는 미친놈들이 존재하며
치마가 너무 짧아서=다리가 예뻐서=침을수 없어서라고 버젓이 떠들고 있다
릴리슈슈의 모든것이 중학생들 이야기였는데
내가 중학생때 예쁘고 좀 맹한데가 있던 친구는 매일 성추행을 당했다
동급생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후배한테 해코지를 당하고 그랬다
예쁘고 저항을 하지 못해서
***
이렇게 직접적인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움에 대한 폭력은 도처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가진것없고 예쁜 여자가 처녀라고 속여서 시집을 잘 갔다든지 하는 얘기를 들어봤을것이다
처녀나 찾고 있는 수준의 남자라면 끼리끼리 잘 만난거라고 본다..시집을 잘가긴...ㅋㅋㅋ
취직을 잘해도 승진이 잘돼도 온갖 루머가 존재한다
왜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자기가 능력으로 얻은 이것을 정당하게 취득했다고 증명해야하지??
예뻐서 인정받았다고 과대평가되었다고 그런 의혹이 드는것까진 어쩔수 없지만
아니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는지
웹툰 삼봉이발소에 나오는 예쁜 여자애(수진이었던가)도 예쁨으로 인해서 고통받는다
본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또 잘 안남
경국지색이라는 말도 그럼.
나라가 위태로워진건 여자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여자에 미쳐서 정신을 못차렸기 때문 아닌가 ㅋㅋㅋㅋ
권력이라고 해봤자 아름다움은 너무 허약한 권력이다
그게 권력이 될수 있는건, 그것을 탐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
***
아름답지 않으면 또 아름답지 않음으로 인해서 폭력에 노출되구.
솔직히 아무리 괴롭대도 어떻게 생기고 싶냐고
굳이 고르라 하면 나라도 예쁜쪽을 당연히 택하겠지만....
어려운 문제인데 예쁘다는게 항상 좋은건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했다
물론 난 그런 고민을 할정도로 예쁜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그런 류의 폭력에 노출된다(!)
고무줄 몸무게가 아니라 고무줄 외모-_-같은것의 소유자라서
본질은 똑같은 나인데 고무줄이 당겨졌는지 놓아졌는지에 따라 너무 달라지는 대접과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나은것도 아닌,
각기 다른 양상의 폭력을 겪으면서.. 생각하지 않을수 없던 주제였다
거지가 왕자 걱정해주는 그런꼴은 아니었길 바라며.
마무리는 항상 어렵당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썼읍니다....
덧글
오랫동안 여성은 지배당하는 위치였고, 그나마 권력에 가까운 존재들은 '미녀', 또 '미인계'를 이용한 사람들이라...